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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상황

2015년 봄. 필자는 다소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입학하였다. 결혼 생활을 시작한지도 얼마 안되어 곧바로 육아를 시작하게 되어 집안 형편이 좋지 못했다. 대학원 수업은 일주일에 최소 주 4일을 사용해야 했기에, 매일 왕복하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지방과 서울을 오고 가는 시간들은 고되고 아까웠다.

 

KTX 정기권을 한 달치 끊어 사용하였는데, 집에서 KTX역까지 40분이 걸리고 열차의 이동시간이 45여분, 서울역에서 내려 학교까지 가는데 30분이 소요되었다. 또한 지하철 역에서 학교까지 걸어가는데 15분이 소요된다. 집과 학교까지 문과 문(Door to Door)으로 이동하는데에는 무려 2시간 20여분이 걸린다. 또한 매일 왕복해야 했기에 버려지는 시간은 대략 5시간이다. 이동하는 시간에 책이나 휴대전화 검색을 통한 정보 습득을 하는 짜투리 시간은 아무리 짜내어 사용한다고 해도 하루 통틀어 1시간 정도이다.  게다가 버스나 지하철, KTX 승차 시간에 묶여 발을 동동 구르며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아야만 한다.

 

그래서 결국 이런저런 가능한 방법들을 모두 정리하여 엑셀에 나열까지 했다.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들을 계산해내었다. 아무리 최적화 했다고 해도 시간과 돈 낭비다. 다 짜내고 짜내던 차에 다소 고되지만 차에서 생활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2015년 봄부터 2016년 겨울까지 차에서의 생활은 시작된다.

 

차에서의 첫날 밤

차에서 자는 방법은 간단하다. 2열 의자를 모두 접고 누워 자면 된다. 3열 의자는 보통 트렁크 공간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접혀져 있는 편이다. 키가 170센티미터 정도 되는 사람은 대각선(사선)으로 누우면 다리를 쭉 뻗고 잘 수 있다. 아마 그 이상의 신장인 사람은 머리를 운전석과 보조석 의자 사이로 빼고 고개를 조금 아래로 젖힌 상태에서 잘 수 있을 것 같다.

 

낯설지만 아늑한 느낌도 더러 든다. 주변의 움직임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썬팅이 되어 있지만 분명 내부의 모습이 희미하게나마 보인다. 더군다나 앞 유리는 썬팅의 농도가 얕아서 되도록이면 차의 방향을 벽으로 향하거나 왼쪽 혹은 오른쪽이 벽으로 막힌 곳을 찾아 주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란도의 단점이라면 천정이 낮아서 머리가 닿는다. 밀실 고문을 당하는 것같은 불편함이 있다. 어쩌면 상반신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봄에서 여름으로 흘러가는 시기에는 비가 자주 오는 편이다. 차를 주로 지하주차장에 두는 편이지만, 한참 지하 생활을 하면서 햇빛을 보고자하는 열망이 끌어오르기도 한다. 비가 오는 날은 운전석으로 들어가서 우산을 운전석 왼쪽 하단 구석에 꽂아놓고 우의를 대신하던 겉옷을 보조석에 걸어놓고 신발을 벗고 뒷좌석으로 이동한다.

 

지상에서 비를 맞게 되면 차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거슬린다. 얇은 철판을 툭툭 건드리는 소리는 생각보다 우렁차다. 한 참을 듣다보면 운치가 있기도 하고 더 한참엔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의 소음이 빗소리가 막아주는 듯하다.

 

지하주차장은 고요한 편이고, 주차와 출차를 하는 자동차들도 생각보다 붐비지 않는다. 잠을 자는 시간은 일러야 11시가 넘어서는 터라 11시 이후 새벽 2시까지는 1시간에 많아야 8대 정도 이동하는 차량을 볼 수 있다.  그 이후의 시간에는 어쩌다가 한 대 정도 볼 수 있다.

 

차에서 스마트폰으로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 눕거나 엎드려서 검색을 하다보면 시간이 3~4시간은 훌쩍 지난다. 검색한 정보에 대해 스크린샷을 찍거나 관련 내용 혹은 할 일을 간단히 메모하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창문은 모두 다이소에서 파는 차양막으로 막았다.  2열과 1열 사이에는 담요로 막았다. 밖에서도 안을 볼 수 없고 안에서도 밖을 보기가 어렵다. 컴컴한 어둠으로 변했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때에는 에어콘을 10분정도 틀어놓으면 살 것 같다. 뉴스에서 차에서 에어콘을 틀어놓고 잠들었다가 죽은 사람의 소식이 들려온다. 불안하다. 창문을 조금 열어놓고 잤다. 깜빡 잠이 든지 한 시간여만에 미친듯한 모기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진다.  창문을 모두 닫고, 모기를 잡는데 신경을 집중한다. 차량의 벽이 피로 퍽퍽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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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기장이라도 갖췃으면 좋았을텐데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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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차량의 외기 순환은 외기가 들어오도록 해야한다. 이것을 막아놓으면 정말 5분도 안되어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든다. 여름이라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결국 이 시기에는 잠자는 시간을 새벽 5시나 6시로 정하고 오전 9시나 10시에 일어나는 것으로 생활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가을은 두 말 할 것없이 차에서 생활하기 좋다. 쾌적한 온도와 습도는 차 안에도 유효하다.

 

겨울에는 차에 들어가기가 무섭다. 히터가 나오기까지의 시간이 10여분 정도가 필요하다. 영하 30도의 화천지역의 혹독했던 한파의 군생활이 다시 생각난다. 껴 입을 수 있는 온갖 것을 껴입고 견디다 못해 손난로(핫팩)를 사용한다고 해도 이것은 쉬러 온것이 아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을 뉘인것과 같다.  히터를 켜고 잘 수도 없다. 히터를 틀고 20분만 지나도 숨이 막혀와서 히터를 꺼야한다.

 

결국, 겨울은 늘 버티는 때가 된다. 전기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면 전기장판이라도 연결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행할 수는 없었다.

 

몸살 감기에 걸린 날은 어쩔 수 없이, 주변의 저렴한 모텔을 예약한다.

 

새로운 발견

지하주차장에는 화장실이 있지만 주차장이 매우 넓어서 걷기엔 귀찮고 또 때론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생활을 하는 터라 나가기 싫을 때가 있다. 차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이럴 때엔 피티병에 소변을 본다. 500밀리에 소변을 보는데, 평소 예상을 뛰어넘은 것은 500밀리 피티병이 한번에 순식간에 찬다...

 

차에서 2년정도를 보내다보면 다른 차량의 애정행각을 매우 드물게 목격할 수 있다. 물론 직접적으로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술을 마시고 지나가다가 차를 홧김에 차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차문을 한 번씩 열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목격한다.

 

차의 앞유리에 놓여진 휴대전화를 수집해 가는 사람도 있다.

 

그 동안 발견하지 못한 것은 필자처럼 2년동안 차에서 생활한 사람이다.  주차장 반대쪽 구역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결론

오랜 기간동안 차에서 잠을 자는 것은 정신과 육체의 건강을 분명 해칠 우려가 있다. 특히 겨울은 혹한의 체험을 하고 싶은 자에게만 권할 뿐이다.  차에서 숙박을 하는 이색체험은 봄가을의 쾌적한 날씨를 골라서 하기를 바란다.

 

차는 잠을 자는 곳이 분명 아니다. 2년간의 차박 생활 동안  캠핑카가 눈에 아른 거렸지만, 캠핑카를 마련할 수 있는 경제력이라면 주변에 방을 구하는 것이 더 저렴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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